38살 노총각, 그가 결혼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한가지는?

938살 노총각 경찰공무원, E군

지방국립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후 젊은 시절 사법시험에 뜻을 두었지만, 몇 번의 고배 끝에 경찰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젊은 날 공부하느라 연애 한번 제대로 못 해본 순진한 노총각이었다. 직장을 잡고 이제 선을 좀 볼라고 하니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매주에 두 번씩 맞선을 보며 열심히 뒤늦은 배우자 찾기에 나섰지만 어찌된 셈인지 이 맞선이라는 것이 고시공부만큼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경찰시험에 합격하고부터 주변에서 들이닥치던 맞선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 무렵, E군은 결혼정보회사의 만남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침내 필자와 조우하게 되었다. 필자도 법을 전공한 터라 E군과의 만남자리가 대학 때 선배님을 만나 뵌 기분이랄까, 계속 만나온 사람마냥 어색하지 않았고, 고시공부로 청춘을 불사른 이 늦깎이 총각에게 배필만큼은 누구보다도 빨리 찾아주고 싶은 생각이 막 샘솟으면서 나의 머릿속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어떤 참한 여성이 이 늦깎이 노총각의 짝이 될까?

필자와의 상담자리에서 매니저가 추천해주는 여성이라면 다른 조건들을 묻지도 따지지 않고 만나보겠다고 선선히 말씀해주셨던 터라, 정말 학교, 직업, 나이 등을 많이 따지지 않고 성품이 무난한 여성들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던 나는, 몇 번의 만남을 주선하고 나서야 그의 진짜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본인 나이가 많음에도 나이차도 적지 않게 보는 데다가 직업도 공무원이나 교사 등의 안정된 직업 군을 선호하는 눈치였고, 38살 노총각치고는 나름 깔끔한 본인의 외모만큼이나 상대 여성의 첫인상에도 민감한 편이셨던 것.

첫 상담 때 회원들이 하는 말을 믿으면 안 되는데, 베테랑 커플매니저라고 나름 자만하다가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는 법,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막연하게 어떤 배우자가 어울리는 지 찾기 전에 E군을 먼저 잘 알아야 할 거 같았다.

대학 때 알고 지내던 선배님 같던 막연한 친근함은 이제 멀리 던져버리고 커플매니저의 꼼꼼한 눈으로 E군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공무원집안의 3남 중 둘째 아들로, 두 살 위의 형님은 명문대 법대 졸업 후 현재는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었고(아마도 고시를 준비하다가 다른 길을 걷게 된 게 아닐까 싶었다) 나이차가 좀 나는 형수님은 중학교 교사로 근무 중이라 어린 조카들은 부모님이 돌봐주신다고 했다. 막내 동생은 공무원, 둘째 형님에 밀려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오래 사귄 여친이 있다고 했는데, 역시 공무원이라고 했다.

이렇게 E군의 가족, 형제들을 풀어보니 어렵지 않게 E군의 이상형이 짚어졌다.

형수나 미래의 제수씨처럼 공무원같이 안정적인 직업 군에 종사하며, 형수님보다는 나이가 많지 않기를 바라면서 늦은 결혼이니만큼 외모나 자기관리부분도 빠지지 않는 그런 완벽한 신부를 원하는 그의 소망이 썩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38살이라는 그의 나이가 이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신부를 맞이하기에는 적지 않았다. 솔직히 5살 이상 차이가 나는 공무원이나 여교사 신부 감들은 아직까지는 그렇게 나이차를 많이 보려고 하지 않았고, 어쩌다 순수한 여교사분과 미팅이 될라치면, E경장이 그녀들의 외모에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매니저와 E경장이 정해진 미팅횟수를 다 채워가고 있을 무렵, 필자에게 구원의 빛 같은 그녀가 나타났다. 종합병원에서 잘나가는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다가 특수치료라는 분야에 흠뻑 빠져, 결국에는 병원을 그만두고 임용고시에 매진, 특수학교교사가 된 J교사. 36살이라는 그녀의 나이가 좀 걸리긴 했지만, 나이가 좀 많으면 어떠랴, 내 머릿속에는 온통 E군과 J교사의 미팅주선만이 꽉 차오르고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 처음에 E경장은 나이차를 이유로 J교사와의 첫 미팅을 거절했다. ‘매니저님, 저한테는 과분한 여성분을 추천해주셨지만, 제 나이도 있고, 결혼 후 출산문제도 고려해보면, 아무래도 나이가…’ 하면서 거절의 멘트를 주워섬기려는 E경장에게 매니저는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E경장님, 그렇게 많은 맞선을 하시고도 깨닫지 못하신 건가요? 원하시는 나이차대로 미팅을 했어도, 인연이 되지 않아서 결국은 지금 저와 이런 통화를 하고 있으시잖아요. 이번만큼은 제 안목을 믿으시고 무조건 미팅을 하세요. 아니면 저도 더 이상은 E경장님을 위해서 만남을 주선하지 못할 거 같아요’ 도대체 뭘 믿고 그런 확신을 했는지 필자 스스로도 지금까지 궁금해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 확신때문인지, 아님 너무나 강한 설득에 못 이기는 척 나가준 E경장님 때문인지, 아니 그런 거 다 떠나서 매니저 말이라면 철썩 같이 믿고 무조건 미팅에 임해준 J교사의 예쁜 마음 때문인지… 두 사람은 그날 이후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결혼정보회사에서의 만남에 첫눈에 반하는 건 없다는 게 이쪽 세계의 불문율이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나도 즐겁게 데이트를 하던 두 사람은 3개월도 안 돼서 결혼날짜를 잡았다. 정말 결혼할 인연은 정해져 있는 것인지, E경장이 결혼 전에 미리 구입해놓은 아파트가 있었고, J교사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밀어 부치는 스타일이라 결혼날짜를 잡으니 다른 일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결혼 준비하느라 업무 하느라 그렇게들 바쁘셨을 텐데 동네근처에서 주꾸미 한번 같이 먹자고 계속 전화를 주셨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은 못 먹은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지금쯤 예쁜 아가 소식 있으실 거 같은데…

궁금해지는 저녁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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